누군가 하나만 있었어도

권혁에 대한 얘기가 끊이지 않는다. 그럴 수밖에 없다. 권혁은 오늘 또 나와서 팀의 승리를 지켜냈다. 혼을 담아서 주심의 손이 올라갔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마지막에 꽂힌 슬라이더를 보는 순간에는 나도 소리를 지를 수밖에 없었다. 비록 안영명에게 108개의 공을 던지게 하는 원인 중에 둘째 내지는 셋째 원인이었던 주심의 바늘존이 마지막 공에서 갑작스레 넓어졌다고 하더라도, 경기 전체를 보면 그 누구도 스트라이크 콜에서 한화가 이득을 보았다는 말은 쉽게 하지 못할 것이다.


한화의 하루살이 불펜가동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데, 중간에 비게 내리지 않으면 결국 권혁의 혹사 논란을 부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물론 이 구조를 감독이 만든 것이고 투수교체 권한은 감독에게 일임되어 있기에 혹사논란은 필연적으로 감독에게 칼끝이 향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눈 앞의 승리가 급하다 한들 전날 공 30개 이상 던진 투수를 다음 날에 붙여서 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 공식에 따라 한화의 오할부침도 설명되는데, 승리조를 가동하면 다음 날에 가동할 승리조가 없어서 뒷심이 딸린다. 그것만이 문제가 아니라 선발이 갑작스레 무너질 경우에 대책도 서지 않는다. 더구나 이번 주에는 유창식이 부상으로 일찍 강판되어서 승리조가 평소보다 더 많은 이닝을 책임져야 하는 변수마저 생겼다. 여러 모로 악조건인 것이다.


이전에 감독의 투수운영과 관련하여 쓴 글에서도 다룬 문제이긴 하지만, 한화 투수들은 빠른 타이밍에 승부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더구나 내가 그 글을 쓸 당시에 간과했던 문제이기도 한데, 김성근 감독은 본래 안타를 맞느니 볼넷을 내주라는 지론을 가지고 있다고도 한다. 권혁에게 어떤 예외를 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기본적으로 한화 투수들은 풀카운트 싸움에 자주 들어가고 4구나 삼진으로 승부를 보는 경우가 많다. 한화 투수들이 상대한 826타석 중 풀카운트까지 간 적이 123번인데, 이것이 다른 팀에 비해서 많은지 적은지는 모르겠다. 이 상황에서 아웃을 잡아낸 건 68번이며 삼진은 36번 잡아냈다. 4구를 내준 적은 38번(밀어내기 실점은 4점이고 정범모의 본헤드 플레이까지 계산하면 5점이다), 안타는 17번 맞았고, 그 중 홈런이 1번이다. 풀카운트 상황에서 타자를 잡아내는 능력이 썩 좋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하간 27타자를 상대하면 평균적으로 네 타자 정도는 풀카운트까지 간다는 계산이 나온다. 요는 한화 투수들이 다른 팀 투수들보다 한 타석에 던지는 공의 개수가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늘어나는 투구수로 돌아온다.


권혁이 지금 혹사를 받고 있느냐를 묻는 것은 무의미하다. 그 어떤 기준에 맞춰 보더라도 혹사가 맞기 때문이다. 김성근 감독이 어떤 논리를 제시하더라도 혹사 논란을 가라앉힐 수는 없다. 괜히 민주주의같은 소리를 해서 먹이를 주지 않는다면 대부분의 한화 팬들은 감독과 불펜투수들의 처지를 이해하면서도 불안한 눈으로 투수들을 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권혁은 혹사당하고 있다는 주장을 검증할 필요도 없다. 관건은 감독이 지금 해결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를 이해하느냐, 그리고 지금의 투수운영보다 나은 방안을 제시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불행히도, 나는 어떠한 대안도 제시할 능력이 없다. 절대적으로 수가 모자라서 생기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불길한 징조도 있다. 권혁이 던지는 직구의 구속 문제다.


위 그림은 투구수를 변수 외로 두고 권혁이 던진 공 중에서 직구로 분류된 공을 따로 추출하여 평균값을 매긴 것이다. 시즌 초반이라 유의미한 그림일지는 미심쩍은 점도 있지만, 어떻게 보더라도 1주차에 나오던 구속이 2주차에 떨어졌다가 3주차에 조금 회복되고 4주차에 다시 소폭 하락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개막 2연전을 포함한 1주차에 권혁은 5경기에 나와 63구를 던졌고, 2주차에는 3경기에 나와 104구를 던졌다. 3주차에는 3경기에 나와 83구를 던졌으며, 이번 주는 두 경기 남은 상황에서 2경기에 나와 97구를 던졌다. 스프링 캠프 이후 마무리로 낙점되었던 윤규진이 2주차 주중 3연전을 소화하고 엔트리에서 이탈한 뒤, 권혁의 투구수는 더욱 더 관리가 안 되었고 중간에 우천으로 인한 휴식 효과를 누릴 수 있었던 3주차에서는 직구의 구속이 소폭 회복되었으나 4주차에서는 그마저도 하락 추세에 있다. 날이 따뜻해지면서 구속이 올라갈 여지는 있겠지만, 반대로 부상의 위험성도 그만큼 축적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시즌 한화 이글스 경기를 지켜본 사람들이라면 대부분 느끼겠지만, 사람 구실하는 승리조 불펜이 하나만 더 있었어도 상황은 조금 달라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박정진은 4주차에 들어서 2이닝을 막기 시작했다. 이는 아웃카운트 2개에서 4개 정도를 잡던 3주차까지의 피칭과는 다른 패턴이다. 4월 22일은 선발이 4회에 부상으로 교체되었기에, 4회분 아웃카운트 2개와 5회+6회를 막아서 총 아웃카운트 8개를 책임져야 했다. 그리고 나머지 9개는 권혁의 몫이었다.


이런 부하는 3주차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윤규진이 이탈하고, 안영명이 선발로 보직을 옮기면서 시즌 시작 전에 4명+패전조로 구색을 맞춰놨던 불펜진이 2명으로 축소된 것이다. 일단 한 자리에는 송창식이 복귀하면서 그럭저럭 채웠다. 그러나 패전조로 분류된 김민우와 보조를 맞출 선수는 불분명하다. 장민재, 마일영, 임경완은 합쳐서 아웃카운트 2개 밖에 잡아내지 못했고 결국 지금은 2군에 내려가 있다. 정대훈이 그나마 4이닝을 먹어줬고, 허유강과 이동걸 둘을 합쳐서 아웃카운트 8개를 잡았다. 목요일 LG전 패배에서 그나마 위안삼을 것이 있었다면 배영수가 일찍 무너진 가운데 김기훈이 중간 이닝을 잡아준 것이었다. 애초에 권혁과 박정진을 거의 쓸 수 없을 상황에서 기존 불펜에서는 송창식 정도만을 소모하고 징계에서 풀린 이동걸을 실험할 수 있었다.


감독이라고 어떤 상황에서도 선발이 6이닝 정도를 버텨주고, 계투 3명이 각각 1이닝씩 돌아가면서 9이닝을 마무리하는 운영을 꺼릴 이유는 없다. SK 시절에 만들어진 <불타는 그라운드>에서 김성근 감독은 "선발이 9이닝 던지고 하면 좋다"고 말하면서도 "그게 안 되니까 조절해 가면서 상황에 맞게 선수들을 쓰는 것"이라고 '벌떼 마운드' 운영을 설명했다. 그리고 이상적인 운영이 가장 아름답게 이뤄지고 있는 구단이 현재의 삼성이다.


4월 24일 현재 한화와 삼성의 투구수 현황을 비교한 것이다. 한화는 삼성보다 1경기를 덜 치렀다. 이 문장에서는 마침표보다 느낌표가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삼성보다 1경기 덜 치른 한화는 300구 가량을 더 던졌다. 불펜 투구수 차이는 700구 가량 난다. 지금껏 삼성은 선발이 불펜보다 조금 던진 경기가 1경기 밖에 없었다. 한화는 9경기나 된다. 선발의 완성도가 떨어지니 그 하중이 고스란히 불펜으로 내려가는데, 그나마 애초에 계획했던 선발진 중에서 둘이 무너지자 불펜으로 분류되었던 선수가 선발진으로 올라갔다. 그러니 불펜이 받는 하중이 더욱 올라간다. 마무리 선수는 3주 이상 부상으로 이탈해 있다. 그러면 지금 남아있는 선수들에게 과부하가 걸리는 것은 필연적인 일이다.


감독이라면 애초에 이런 일을 만들지 말았어야 하는 것 아닐지 반문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쓸 수 있었는데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는 선수들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먼저 부상으로 이번 시즌을 마감한 이태양이다. 이태양의 수술에 현 감독이나 전 감독이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판단하기는 어렵다. 투수라면 사실상 언젠가 한 번쯤은 받게 된다고도 할 수 있으니 나는 이태양의 수술이 전적으로 김응용의 탓이라고만은 생각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김응용이 송창식을 마구잡이로 굴린 것까지는 부정할 수 없다. 송창식이 발휘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을 감안한다면 승리조에 있을 자격은 충분히 있는데도, 현재 송창식이 믿음직한 승리조의 일원은 아니다. 김성근 감독이 부임하기 전에 벌어진 일이 지금까지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송창식의 경우는 김성근에게 책임을 돌릴 수 없다.


그 다음으로는 현 감독에게도 책임을 지울 수 있는 비전력 투수들을 볼 필요가 있다. 먼저 윤규진이다. 윤규진이 비록 김응용 시절에 4이닝 마무리도 하고 5회부터 나와 승리투수가 된 적도 몇 차례 있는 투수라지만 기본적으로 내구성이 좋은 타입은 아니다. 관리가 필요한 유형의 투수다. 이전 시즌의 연투가 혹시 현재의 부상에 영향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김성근 감독이 윤규진의 특성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는지도 의문이 든다. 윤규진은 불펜진이 지고 있는 부하를 나눠지기 위해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마무리로 나와서도 아웃카운트를 5개 정도 잡아주었다. 그래서 30개 내외의 공을 5차례 던지고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되었다. 개막 초에 13일 동안 5번 나온 것을 두고 혹사라고 부르기는 무리겠지만, 이 부상이 윤규진이라는 선수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데에서 온 문제일 수는 있다.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역시 송은범인데, 송은범 사용설명서는 쓰지 않는 것이라는 우스갯소리처럼 송은범은 지금 뭐가 문제인지 드러난 것이 없다. 차라리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되었다고 그러면 필요할 때 없다고 투덜거리기나 할 텐데, 불펜에서 몸도 풀고 엔트리도 꼬박꼬박 차지하면서 정작 이기는 경기에서도 못 쓰고 불안한 경기에서는 원포인트로나 나왔다가 강판되는 식이다. 어차피 이 폐쇄적인 리그 시스템과 전 구단 슈가대디인 판에서 송은범에게 들인 돈은 차라리 별 문제가 아니다. 돈이 아깝다는 말을 꺼내기에 앞서 팀내 기여도가 너무 낮고, 심지어 점점 낮아지고 있다. 윤규진이 엔트리에서 말소되고 안영명이 선발로 전환된 뒤 송은범은 고작 세 경기에 나와서 아웃카운트 6개밖에 잡지 못했다. 공도 34개밖에 던지지 않았다. 그마저도 4월 11일에 롯데를 4-1로 이길 때 아웃카운트 5개를 처리한 것이 포함된 것이다. 권혁이 혹사논란의 중심에 서 있을 때 송은범이 같은 기간에 처리한 아웃카운트는 고작 하나였다. 김민우, 정대훈, 이동걸, 김기현 등과도 견줄 수 없을 정도다.


어중간하지만 그럼에도 별 도움이 안 되기로는 매한가지인 선수가 배영수이다. 배영수는 일단 역할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팀이 필요할 때 언제든 나서겠다는 마음가짐이야 나쁘다고 질타할 일은 아니지만, 그럴수록 감독이 필요한 자리를 찾아주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배영수의 기록은 어떻게 보더라도 좋지 않다. 그런데 배영수가 나선 경기들은 배영수 본인에게 많은 책임이 지워진 상황이었다. 4월 9일에 LG와 혈전을 벌이고 난 다음날인 4월 10일에 등판한 배영수는 자기 뒤를 받쳐줄 불펜이 없다고 생각하고 초반부터 공격적으로 공을 던졌다. 돌이켜 보면 초반에 상대의 실수를 이용해서 2-0으로 앞서고 있었는데도 적은 투구수로 최대한 많은 아웃카운트를 잡아야 한다는 의식에 쫓기고 있었던 것 같다. 4회에 3점홈런을 맞고 그 뒤로 회복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또한 4월 23일에도 전날 승리조를 완전히 소모한 상황에서 이닝을 먹어줘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꼈을 법하다. 구위도 썩 좋지 못했던 데다가 폭투와 실책으로 점수를 내주고는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어쩌면 배영수의 등판일에 뒤를 받쳐줄 불펜을 정상 가동할 수 있도록 두어 번 정도는 맞춰줘야 할 필요가 있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배영수의 공격적인 성향은 그를 현역 최다승 투수로 만든 원동력이긴 하지만, 전성기의 이빨을 잃어버린 야수라 할지라도 필요한 수준으로 관리해준다면 분명 자기 몫 정도로 선발에 나서줄 수 있으리라는 믿음은 가져볼 만하다. 따라서 배영수의 경우는 감독이 그의 성향을 믿고 궁지에 몰아넣은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만일 안영명처럼 승리조가 가동될 수 있는 상황에서 5이닝만 철저하게 막아주면 된다는 환경을 만들어줄 수 있다면 배영수의 모숩은 조금 더 달라질 여지가 있다.


정리해보면 현 상황이 초래된 것에 대해서 이태양과 송창식은 현 감독에게 책임을 물을 여지가 없지만, 윤규진에 대해서는 선수 파악 단계에서 '미스'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고, 현재 팀내 기여가 거의 없다시피 한 송은범은 감독이 어쨌거나 믿고 데려온 만큼 감독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배영수에게는 감독의 기대가 과하다는 인상을 준다. 대충 과실을 이 정도로 책정하고 보면 요긴하게 쓰겠다고 한 권혁을 중핵으로 만들어놓은 것이나 안영명을 선발로 고정시킨 것, 패전이 확정적인 경기에서 여러 선수들을 실험하며 이후에 올릴 수 있는 불펜 후보군을 추려가는 것 등은 현 감독의 공일 것이다.


이 팀은 어쨌거나 지금껏 다른 팀들보다 10~20개의 공을 더 던지고 한 경기를 마무리하고 있다. 다른 팀보다 투수 한 명을 더 쓰고 있는 셈이다. 차라리 크게 지는 경기라면 상관이 없을지도 모른다. 불펜에 올라올 잠재력이 있는 투수들을 누구든 실험해볼 기회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기는 경기에서는 다르다. 투수 한 명 몫을 나눠가질 수가 없으니 기존의 선수들이 10~20구를 나눠가져야 한다. 두 경기에 한 경기 꼴로 그런 일이 거듭 발생한다. 당연히 혹사논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궁극적으로는 한화 이글스의 투수진이 그만큼 두텁지 않기에 생길 수밖에 없는 문제겠지만, 현상적으로 보자면 승리조에 넣을 투수가 하나만 있었어도 피할 수 있었을 문제이다. 그리고 당장 승리조에 들어갈 투수가 갑자기 튀어나오지 않는다면, 윤규진이 복귀하거나 송은범이 밥값하는 날이 지금 겪고 있는 문제를 경감시킬 수 있을 날이 될 것이다.


이제는 김성근 감독이 "지금이 고비인데 여기를 넘으면 성장할 수 있다"고 말한 의미가 무엇인지 어렴풋하게 알 수 있을 것 같다. 필승공식은 있다. 3회까지 점수를 내고 4, 5, 6회를 버텨서 리드를 지키면 7회부터는 불펜싸움으로 이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현 전력으로도 그만한 선수들을 갖춰놓기는 했다. 하지만 필승공식을 매일 가동시킬 수가 없다. 사실 이 계산이 어긋날 뻔한 경기가 하나 있었다. 지난 일요일 NC 전이었는데, 전날 우천취소로 필승조 가동이 가능했던 가운데 탈보트로 어떻게든 6회까지 끌고 가고 지고 있는 상황에서 박정진을 투입하더니 최진행의 역전 투런으로 지긋지긋한 승패승패 사슬을 끊고 기어코 연승이라는 것을 해봤다. 기상청에 따르면 5월 중하순까지 큰 비 소식은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천취소로 체력을 비축하는 일은 별로 없을 것이다. 이럴 때 패전 사이클에 있는 경기를 선발+패전조의 힘으로 승리한다면 3연승까지 기대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경험은 김민우나 김기현, 이동걸, 그 외 여러 1.5군 선수들에게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이 될 것이다. 물론 매우 쉽지 않은 일이고, 김광현과 송창식의 선발 대결이 예고되어 있는 마당에 SK에게 기대하기도 힘든 일이지만 말이다. 그래도 승리조를 가동시킬 수 있는 날, 박정진과 권혁은 '혹사'당할 것이다.


득실차를 생각하고 팀OPS와 팀방어율 등을 생각하고 그러면 이 팀이 5할을 꾸역꾸역 맞춰가고 있다는 것이 기적에 가깝다. 아니, 이미 기적이다. 다만 기적의 의미를 논리적으로 설명될 수 없는 현상으로 한정한다면, 한화 이글스의 5할은 기적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볼 때 투수의 팔꿈치와 어깨가 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를 경감시킬 어떠한 징후도 시원하게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하다못해 방망이라도 터져줘야 하는데, 1번부터 5번까지는 그럭저럭 다른 팀에 견줘도 아주 모자라지는 않지만, 6번부터 9번까지가 제각각이어서 타선의 흐름이 이어지지 않는다. 6번에서 시작하는 이닝은 그저 잔루 하나라도 만들어서 다음 이닝을 1번부터 시작하길 바라는 정도의 기대밖에 받지 못한다. 그리고 1번에서 5번까지 어떻게든 점수를 만들어서 점수를 추가하는 식이다. 투수는 한 점도 주지 말아야 한다는 부담감 속에서 공을 던지고 있는데, 그나마 전보다는 많이 나아진 수비가 투수를 돕고 있을 뿐이다. 이 팀의 처지가 이토록 아슬아슬하다.


정말 누군가 하나만 있었어도, 조금은 덜 아슬아슬했을지 모르겠다. 누구는 선발이 돌아오네 마네, 누구는 클린업이 돌아오네 마네 하는데, 이 팀은 그저 마무리로 낙점되었던 선수 하나, 불혹의 포수 하나가 없어서 이렇게 절절 매고 있다.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아슬아슬하고 불안불안해서 선수 하나하나에 이입하기도 쉬운, 그런 이상하고 즐거운 시즌이 20경기째 이어지고 있다. 그나마 조만간 조인성이 돌아오면서 정범모가 자신을 돌아볼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라도 가지고 볼 수 있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그리고 윤규진이 정말 건강하게 돌아왔으면 좋겠다.


+) 글 내용과는 다른 주제라 별첨한다. 한화 이글스의 홈/원정 성적 차이가 크다. 홈은 7승 3패, 원정은 3승 7패다. 야구는 축구와는 달리 홈/원정과 성적의 상관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한화 이글스의 이 차이는 꽤 적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롯데 정도가 한화보다 더 심한 차이를 보이는데, 롯데의 홈 성적이 높은 원인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공인구 얘기는 기사들을 살펴보니 상관관계가 클 것 같지는 않다. 한화가 이토록 차이를 보이는 이유가 뭘지 생각해보다가 혹시 정범모의 기분 때문이 아닐까 하는, 내가 생각해도 그럴듯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파크 팩터가 한화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지 살펴봐도 딱히 그런 것 같지 않고, 심판 판정은 뭐 딱히 유리했던 것 같지 않고, 결국 야구에서 홈의 이점이라고 해봐야 홈 팬들의 응원과 익숙한 구장, 연습시간 정도일 텐데 초반이지만 그래도 꽤 의미 있는 차이를 내고 있는 것을 보면 뭔가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반쯤 우스갯소리지만, 기분이 좋으면 경기력도 같이 좋아지는 정범모의 성적이 그만큼 승패에 많은 영향을 주기 때문은 아닐까. 뭐 그렇다기엔 포일+폭투는 홈/원정에 고루 배분되어 있긴 하지만.

by YNWAlone | 2015/04/25 05:12 | Eagles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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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Ainurin at 2015/04/25 08:18
경기보면서 이렇게까지 울컥울컥하는 건 정말 첨이지 싶을 정도의 경기가 이어지고 있네요. 좋은 글 잘 봤습니다.
Commented by ㅇㅇ at 2015/04/27 17:17
음.. 이제 이동걸 선수가 권혁의 몫을 조금이나마 나눠 가질 수 있다면 좋겠는데요..
그건 그렇고 마지막 문단은 제가 들어도 그럴싸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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