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RO 2008] 스페인의 오랜 트로피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필요한 선수

만일 스페인이 44년간 메이저 트로피를 얻지 못했던 역사에 마침표를 찍고 싶다면 그들은 토레스라는 스트라이커를 필요로 한다. 그는 잉글랜드에서 첫 시즌을 보내면서 33골을 넣었다. 또한 아스날의 미드필드를 최고로 만들었던 선수의 공훈도 필요할 것이다. 그렇지만 페루를 2-1로 이긴 경기에서 그 둘 모두는 아라고네스의 기본 전략에 쉽사리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유로 2008 개막이 5일 남은 현재 파브레가스는 루이스 아라고네스의 스타팅에 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으며, 토레스는 지난 9월에 넣은 골 이후 8달동안 A매치 골이 없는 자신의 모습을 바꾸기 위해 필사적이다.

토레스와 파브레가스가 벤치에 앉아있는 동안 스페인은 분명 최고의 모습을 보여줬다. 파브레가스에게 자동적으로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것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아라고네스는 이미 토너먼트에서 두 종류의 시스템을 가동시킬 거라는 계획을 밝힌 바 있고, 파브레가스는 이 중 한 종류의 시스템에서만 자신의 자리가 있다. 그는 1명의 전방 스트라이커를 두고 중원에 5명을 배치할 때에만 자신의 자리가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전방에 두 명의 선수를 놓았을 때는 페루 전에서 그랬듯 파브레가스는 자신의 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리버풀의 스트라이커인 토레스 역시 파브레가스에게 다른 시스템에서 똑같은 모습을 기대하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고 지적한다.

"잉글랜드의 축구는 스페인 팀과 매우 다릅니다. 그는 두 팀 사이에서 매우 다른 역할을 맡고 있어요. 대표팀에서 그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하게 주어지지만 적어도 아스날에서처럼 팀을 이끄는 역할을 맡는 것은 아니죠. 그의 클럽에서 그는 팀 전체를 대표하다시피 합니다. 볼을 소유하면 항상 그를 통해 공급되죠. 그는 플레이를 만들고 슛을 하며 프리킥과 코너킥을 자신의 힘으로 해결합니다. 스페인에서 그런 책임은 4~5명의 선수에게 분담됩니다. 자연스럽게 아스날에서의 그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밖에 없어요."

토레스 자신의 문제를 놓고 본다면, 스페인이 4-4-2를 쓰든 4-5-1을 쓰든 그는 선발로 나왔어야 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의 몸상태와 현재 보여주는 모습은 스페인 팬들과 아라고네스에게 근심거리가 되고 있다. 아라고네스가 감독직을 맡은 이후 토레스는 48경기에서 15골을 넣었으며, 지난 9월 이후 주요 경기에서 골을 넣은 적이 없다. 8개월 전 라트비아를 상대로 유로 예선에서 넣은 골은 그가 마지막으로 스코어 시트에 이름을 올렸던 시기이다.

아라고네스는 토레스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그의 신체적인 상태가 정상은 아니에요. 그에게 휴식을 좀 주려고 합니다."

잉글랜드에서 놀라운 데뷔시즌을 보낸 뒤 팀을 이끌고 토너먼트를 뛰어넘을 거라는 높은 기대는 걱정으로 대체되고 있다. 토레스는 리버풀에서의 기나긴 마라톤을 끝낸 후 이제 벽에 부딪쳤던 것으로 보인다. 잉글랜드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두 명의 선수가 더 나아져야 한다고 느끼고 있지만, 그럼에도 스페인의 기대감을 낮추지 않는 데에는 그만한 근거가 있다.

그들은 독일 월드컵 탈락 이후 15경기에서 패한 적이 없으며 토레스 없이도 매 경기 골을 넣어왔다. 다비드 비야는 팀이 강등권 전쟁을 치르던 와중에도 이번 시즌 23골을 넣었으며, 세번째 스트라이커로 꼽히는 마요르카의 다니 구이사는 29골을 넣으며 유럽 실버 부츠를 수상했다. 유럽에서 그보다 경쟁력있는 리그에서 많은 골을 넣은 선수는 오직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 뿐이다.

중원에서의 선발 경쟁은 더욱 빡빡하다. 모든 유럽이 다비드 실바와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를 주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세스크 파브레가스의 경쟁자는 강력하다. 다비드 실바는 발렌시아 팬들이 설마하니 팔까봐 염려하고 있는 선수로 얼마 전에 클럽은 자신들의 웹사이트를 통해 이 선수를 지키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지금 그는 2000만 파운드에 바르셀로나와 연결되어 있다. 발렌시아는 새 구장 건설을 위해 자금이 필요하며 이에 따라 최고의 선수를 팔아야할 상황이 올 수도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이목을 사로잡는 실바의 움직임을 통해 그와 그의 클럽은 최선의 이적을 감행하게 될 수도 있다. 그는 스페인의 레프트를 책임질 것이다. 그렇지만 그의 움직임은 센터로 잘라서 들어오는 데에 정평이 나 있고, 스트라이커를 보좌하는 역할에 가깝다.

반대편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로 터치라인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이니에스타가 있을 것이다. 창백해보이는 그는 종종 카탈루니아 스포츠 언론에서 마르쎌 마르소의 얼굴로 묘사된다. 바르셀로나 중계진이 그에 관해 쓸 때 그는 종종 면죄부를 받아왔다. 클럽이 부끄러운 시즌을 보냈음에도 그는 비난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웠고, 다음 시즌 클럽의 부활에 핵심적인 선수로 간주된다.

산뜻한 패스와 지독한 슈팅을 동시에 가진 그를 보며 잉글랜드 서포터들은 약 1년쯤 전에 올드 트래포드에서 스페인의 1-0 승리 때, 그가 국가대표팀 데뷔골을 넣었던 것을 기억할지도 모른다. 마치 2년 전 챔피언스 리그에서 실바가 넣은 골을 첼시 팬들이 기억하듯이. 스페인의 경기는 전적으로 볼 점유를 가져가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리고선 필요한 시기에 제대로 방아쇠를 당기는 것이 중요하다. 이 역할에서 보자면 어느 누구도 실바와 이니에스타보다 뛰어날 수 없다.

풀백을 보면 양쪽 모두가 결정적인 순간에 상대팀을 뒤흔들 재능이 있는 선수들이다. 스페인에 있는 그 어떤 수비수도 이번 시즌에 호안 카프데빌라보다 많은 골을 넣지 못했고, 주말에 그는 기꺼이 자신의 짐을 짊어졌다.

게다가 세르히오 라모스처럼 공격에 가담했을 때 효과적인 풀백은 극히 적다. 레알 마드리드 팬들이 타잔이라고 부르는 그는 스페인의 오른쪽에서도 그와 같은 활약을 보일 것이다. 경기 막판에 팀에 숨결을 불어넣는 질주 능력과 강력한 프리킥은 그의 타고난 장점이다. 유일한 약점으로 꼽히는 것은 타잔처럼 보이는 태클인데, 종종 페널티 킥을 내주거나 퇴장을 당하는 경우가 있다(그는 지난 시즌에만 세 번의 퇴장을 당했다).

그것이 만일 단점이라면, 중앙 수비수인 바르셀로나의 카를레스 푸욜과 발렌시아의 카를로스 마르체나 역시 갖고 있다. 이번 시즌에 마르체나는 발렌시아에서 종종 홀딩 미드필더로 출전했고, 푸욜이 바르싸에서 보여줬던 최고의 모습은 공격적인 라이트백으로 출전했을 때 나왔다. 둘 중 누구도 절제와는 거리가 있고, 유럽 최고의 공격수들을 상대로 포지셔닝에서 약점을 드러내지 않을지 장담할 수는 없다.

페루 최고의 공격수조차 그들에게는 버거웠다는 것이 지난 주말에 드러났다. 아라고네스는 스페인을 상대로 넣은 페루의 골을 '수비 재앙'이라고 묘사했다. "우리 진영에서도 우리 방식의 축구를 하길 원합니다. 토너먼트에서 이런 방식으로 골을 내줘서는 안 됩니다. 무실점은 결정적으로 중요한 요소입니다." 아라고네스는 자신의 표현 뒤에 이런 말을 덧붙였다.

위안이 되는 사실은 세계적인 수준에서 봤을 때는 평범한 수준인 두 센터백 뒤에 세계 최고의 골키퍼가 있다는 점이다. 이케르 카시야스는 전 레알 마드리드 감독이자 현 잉글랜드 감독인 파비오 카펠로의 지도 아래, 지난 시즌을 거치면서 크로스 커팅 능력과 수비진 정비 능력을 대대적으로 향상시켰다. 그의 최고 장점으로 꼽히는 다음 동작으로 넘어가는 순간적인 움직임과 향상된 부분이 맞물리면서 이제 그와 비교할 수 있는 골키퍼가 없어보인다. 그는 레알 마드리드에서의 지위만큼이나 스페인 국가 대표팀 입장에서 보더라도 결정적인 선수다.

카시야스의 팀 동료이기도 한 라울을 오스트리아와 스위스로 데려가지 않는 결정을 내리면서 스페인은 더욱더 인상적인 일체감을 갖게 되었고, 이에 따라 이득을 보게 될 것 같다. 라울은 이번 시즌에 리그에서만 18골을 넣었지만 아라고네스는 드레싱 룸에서 정치적 차이를 없애는 데에 더 신경을 썼던 것으로 보인다.

"함께 있으면서 선수들은 편안함을 느껴요. 차이점보다는 공통점을 많이 보고 있죠." 리버풀의 키퍼인 호세 레이나는 현 상황을 이렇게 묘사한다. 게다가 스페인은 이탈리아, 네덜란드, 프랑스와 비교해보면 죽음의 조를 피해간 셈이다. 사실 이 세 나라가 한 조에 있는 것이 더욱 보기 힘든 일이긴 하지만 말이다.

역사적인 맥락에서 벗어나있지 못하다는 것은 항상 스페인 국가 대표팀의 문제로 존재해왔다. 8강에서 습관적으로 탈락하는 것은 오피셜 유로 2008 테마 곡의 주제로도 꼽혔는데, 노래 제목이 "8강을 넘어(Getting past the quarters)"일 정도였다. 이 노래를 부른 밴드의 얼굴마담은 전직 레알 마드리드 선수인 알바로 베니토다.

8강 이상의 성적은 그들이 가진 실력이라면 움켜쥐어야 할 목표겠지만, 토레스와 파브레가스가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폼과 몸상태를 회복시킬 필요를 제공하는 목표이기도 하다. 특히 파브레가스의 경우 아라고네스의 선발 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넣기 위해 애써야 하는 상태다. 최근 토너먼트에서처럼 스위스에서 스페인은 좋은 축구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그렇지만 자신들의 44년 실패를 끝내주기 위해서는 특별한 요소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레이나는 프리미어 리그에서의 경험이 자신들에게 지난 날 가져보지 못한 장점을 가져오게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잉글랜드에서 축구를 한 경험이 좋은 추가 요소가 될 것입니다. 우리가 그것을 활용할 수 있다면 이전보다 더욱 경쟁력있는 팀이 될 거에요."

파브레가스와 토레스는 이번 시즌 클럽에서 그들이 쌓았다는 '경험'의 축소판과도 같은 선수다. 지금 토레스는 리버풀에서 40경기가 넘는 일정을 소화했고, 파브레가스는 팀을 이끌어왔다. 이제 그들은 최대 6경기까지 더 치러야 하고, 스페인을 영광으로 이끌어낼 기회를 움켜쥐고 있다.

Independent.co.uk

by YNWAlone | 2008/06/02 17:13 | Columns & Interviews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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