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5월 27일
이명박, 왜 저러고 있을까?
이명박이 역시나 무리수를 던지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그가 대통령 선거 때 약속했던 건 잘 지키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사람들에게 알린 건 잘 지키지 않고 있습니다. 한반도 대운하, 그거 지지하는 사람들 대체로 지역 개발이라는 측면에서 내다보고 있습니다. 환경이든 치수든 관심 없어요. 막말로 대운하 들어서면 땅값 오르지 않을까 하는 심리.
아무리 가난하고 못사는 사람이라도, 상위 70%까지 보면 땅 100평 정도는 갖고 있습니다. 시골 저 어딘가에요. 집안 땅일 수도 있고, 자기 땅일 수도 있고. 진짜 힘들게 개고생하면 아파트 한 채까지 마련할 수는 있죠. 이명박이 노린 건 제가 보기에 간단합니다. 한반도 대운하를 통해 이해관계를 일치시키는 거죠: 황무지 100평가진 여러분들도 땅부자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대선에서 드러난 사람들의 성향은 투표 거부에 가깝습니다. 역대 최저의 투표율, 아니, 총학생회도 그렇게 되면 투표함 안 까고 무효처리 하는 그런 투표율로 당선됐습니다. 전체 유권자의 27%만 이명박을 찍었습니다. 대세론이니 뭐니 해도 기본적으로는 환멸의 정서가 압도적이었죠. 누구 찍어도 똑같을텐데, 내가 왜 찍어?
환멸의 정치는 역설적으로 참여의 정치로 나설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사회라는 게 참 묘하죠. 어디까지 막장으로 이끄나 보자며 팔짱끼던 사람들도 도저히 참지 못하는 순간이 옵니다. 그렇지만 발화점 이상의 분노가 필요하겠죠. 이번에는 발화점 이상의 역할을 했던 것이 중고등학생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학원에서 애들을 가르치는 저도 부끄럽더군요. 이제 안 되겠구나 정말..
전 민주노동당 당원입니다. 당에 이런저런 불만도 있지만, 기갑신이 뜨는 최근의 현상이 즐겁기도 하고 말이죠. 학생들은 순식간에 강기갑을 표상으로 만들었습니다. 강기갑 그는 개인적으로도 투사지만, 지금은 훌륭한 투사 그 이상, 운동의 상징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건 그 자신의 노력에 더해, 학생들의 열의가 그를 표상으로 만들었다는 거죠. 이들에겐 2002년 제가 효순이 미선이 촛불 집회를 나설 때와 같은 정당 배제 정서가 없습니다. 실질적으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을 통해 정치적 대안을 발견한 느낌이랄까요. 이들의 의식은 제가 보기에 놀랍기까지 합니다. 민주노동당이 의회 안에서의 정치적 힘이 약하기 때문에 거리에서 싸워야 한다는 생각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하고 있으니까요. 국가보안법 철폐 투쟁 때 김창현 씨가 '열우당 2중대' 발언을 했던 걸 생각한다면, 이들의 의식이 기존의 관성을 깨뜨리는 계기로 사용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학생들의 전진에 고무받은 사람들이 이제 반 이명박 투쟁으로 이 투쟁의 판돈을 키워놨습니다. 맨 처음에는 미친 소가 핵심이었지만, 이제는 이명박 정부가 받은 권력의 정당성 여부까지 의심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라고 하는 노래가 퍼지는 건 그래서 가볍게 볼 현실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미친 소를 받아들일 거냐 말 거냐, 이 질문에서 이들은 선택지 자체에 의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말해봐야 안 듣는데 걔 뭐냐? 이게 진정한 정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연이은 초강수로 이명박은 자신이 받고 있는 위기감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결코 자신있게 운동을 탄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두려움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정말, 내가 기름을 붓고 있는 걸까?" 하는 의문과 함께요. 그렇지만 이명박은 애초에 물러날 여지를 두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극한 충돌은 불가피합니다. 지금 뭘 양보할 게 없다는 게 이명박이 갖고 있는 최대 문제죠. 현재로서는 최고의 양보는 고시 연기인데, 이조차도 기업과 정치권의 불신을 살 수 있기 때문에 선택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한국 기업의 오랜 로망이자 미국 지배자들의 오랜 로망인 한미 FTA를 가로막는 최대 난제가 쇠고기 협상이었기 때문에, 이걸 처리하려고 결심했다는 액션이라는 게 쇠고기 협정의 진실이겠지요.
이 운동은 지금 이를 겨냥하고 있습니다. 이 운동에 참가한 사람이 어떤 의식을 갖고 있든, 이 운동의 정치적 의미는 분명합니다. 그러니까 이명박이 물러날 생각을 하지 못하는 거겠죠. 대통령을 하나 날렸다가 복귀시키기로 결정하는 것쯤은 양보의 여지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한국의 기업, 기성 정치인들이 오랫동안 꿈꿔왔던 장기적 전략인 한미 FTA는 노무현을 복귀시킬거냐 말거냐 하는 문제보다 더욱 본질적입니다. 국가 주도의 자본축적으로 자본의 판돈을 키워왔던 한국 경제는 제 2단계, 민영화를 통한 장기적 수익 창출을 노리고 있고 그것을 단기적으로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이 한미 FTA니까요.
문제는 이 제 2단계라고 하는 것이 보통 사람들에게는 치명적으로 다가온다는 것이겠지요. 지금 운동은 쟁점을 올바르게 잡고 있습니다. 불안한 식탁, 불안정한 사회 서비스, 치솟는 물가,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정부. 밀가루 가격이 오르니 쌀가루를 사용하자는 인간이 기업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이 사람은 막무가내로 막말을 내뱉어왔고, 점차 분노 게이지가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총선 이후 보수화를 논했지만, 더 큰 그림, 즉 환멸의 실체를 읽지 못한다면 가장 주된 분석 내용을 빠뜨리게 되는 거겠죠.
이 정부가 추진하는 모든 일이 우리 편이 아니라는 의심을 품게 되는 거죠. 이는 부분적으로 이명박의 무리한 대응 때문에 의심에서 확신으로 변해갔습니다. 그렇지만 가장 근본적으로는 최근 10년간의 변화, 예컨대 10년동안 4배가 오른 학생 버스비와 같은 것에서까지 소급해갑니다. 시장 우선의 경제 질서가 더 이상 우리 편이 아니라는 두려움입니다. 그리고 애써 만든 '민주주의'가 저런 자들에 의해 파괴될 거라는 두려움입니다.
앞서도 말했듯, 이명박은 물러날 곳이 없습니다. 이것조차도 추진하지 못한다면, 기업은 그를 믿지 않을 것입니다. 자기의 정치적 밥줄이 끊어지는 거죠. 미국과의 군사 동맹을 포괄적 정치 동맹으로 승화시키려는 그의 계획도, 미국의 신뢰를 얻지 못할 것입니다. 이 운동의 정치적 대안이 모호하다는 것이 마음에 걸리는 단점이지만(예컨대 '노간지', '노스트라다무현'과 같은 과거 '자유주의' 정권에 대한 환상이 병존하고 있다는 것이 단적이겠죠. 그 밖에도 여러가지지만) 운동이 로케트처럼 폭발할 때는 일반적으로 생기는 문제이긴 합니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지금보다도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거리에서 지지자들을 획득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운동은 이명박을 진정한 위기로 몰아넣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파괴력 있는 자생적 운동이 나무토막처럼 떨어지는 것 역시 역사에서 많이 접할 수 있는 교훈이니까요.
더 몰아붙여야 합니다. 지금보다 더. 쇠고기, 0교시, 민영화, 대운하, 모두 한 때의 해프닝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저들을 몰락시킬 수 있는 강력한 피스톤이 필요합니다. 그와 더불어 더욱더 분명한 배기구가 필요합니다. 배기구가 어디로 나 있느냐에 따라 피스톤이 밀어낸 증기가 어디로 향할지 결정되니까요. 강도를 몰아내고 사기꾼을 영입했던 과거의 사례로부터 배워야 합니다.
# by | 2008/05/27 02:01 | In my opinion | 트랙백 | 덧글(5)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지금 정부의 가장 큰 문제는, 지들이 쥔 권력이 어디서 나온건질 전혀 모르고 있다는 데 있는 것 같아요. 쥐통령께선 정치를 15년 넘게 하셨다던데, 그 사이 정치학 원론도 읽어본 적 없으신 걸까요. 고등학교 과정에 분명히 있는건데.
아.. 덧붙여서 이번 사건에서 가장 큰 피해자는 엘'쥐'팬들이라고 생각합니다. (...) <- 이건 농담..
사람들이 뽑아줬다구요? 그랬죠. 그런데 사람들이 이명박을 뽑게하기 위해 이 사회의 '생산'을 통제하는 자들의 노력은 눈물겨울 정도. 대한민국 헌법과는 무관하게 이 정권은 국민을 위해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건희, 이명박, 정몽구 이들 사이에 이해관계는 얼마나 충돌할까요? 적어도 이명박을 지지해준 국민들과의 이해관계보다는 가까울 겁니다.
항상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