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행이 약을 빨았다

최진행이 약을 빨았다. 정황 상 미필적 고의 같다. 금지약물인 걸 알고 빨았다는 확신범까지는 아니지만, 컨디션 조절에 도움이 된다면 상관없다는 태도였다. 이 정도면 과실이 아니다. 업무 상 강제되는 주의의무를 거스른 것이다. 속아서 빨지도 않았다. 지금 드러난 정황에 따르면 최진행에게는 아무런 변명의 여지가 없다.


유일하게 할 수 있는 변명거리는 성분표시가 없어서 몰랐다는 것이다. 적발례가 많은 약물이니만큼, 선수와 구단의 일관된 말처럼 알고서 먹었을 것 같지는 않다. 걸리면 망하는 것 뻔히 알고 도핑테스트 목록에 위에서 한두 번째에 있는 고전적인 성분이기 때문이다. 절도죄가 될 줄 모르고 남의 집에서 물건을 훔치는 것과 같은 수준이다. 그러므로 아마 알 수 있었다면 피했을 공산이 크다. 그러므로 성분표시가 없어서 몰랐다는 말은 사실일지 모르겠으나, 약물은 가장 보수적으로 접근했어야 하는 사안이다. 공인된 보충제가 아니라면 애초에 먹지를 말았어야 했다. 성분표에 스테로이드가 없으니 괜찮은 것이 아니라, 운동선수가 먹어도 된다는 걸 알기 전에는 먹으면 안 된다. 이는 신체적 한계와 싸우는 대가로 감수해야 할 기본적인 규칙이다.


이글스 팬으로서 최진행이 나에게 준 좋은 기억까지 부정할 마음은 없다. 어쨌든 문학 직관에서 대형 홈런을 쏘아올렸을 때 나는 진심으로 환호했다. 본인과 구단의 해명을 신뢰한다면, 약을 빨기 전에 때렸던 이런저런 홈런들도 기억에 남는다. 4월 중순 NC전 역전 투런, 4월 23일 팀의 영패를 막았던 잠실에서의 투런 뭐 이런 것들 말이다. 김태균이 없었을 때 4번타자 역할을 곧잘 해주기도 했는데, 이건 아마도 약을 빨았던 도움을 받았던 것 같다.


11년차 베테랑이 기껏 적발되고 한다는 변명이 무지라니, 사실이어도 문제고 아니어도 문제다. 사실이라면 그만큼 KBO 내의 약물인지수준이 떨어진다는 것이고, 사실이 아니라면 그에게서 나온 그 어떤 말도 신뢰할 근거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이 건에 관련된 수많은 논점들이 있다. 나름대로 이런저런 생각들도 든다. 하지만 굳이 쓰고 싶은 마음이 없다. 이전의 빈볼 사건과는 달리, 이 사건은 진심으로 아무런 방어기제를 작동시키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다 싶은지 끼어들어서 분탕질치는 자들에게조차 별다른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냥 그렇게 살다가 뒈지든지 말든지 딱 이 정도일 뿐이다.


그만큼, 오랫동안 응원해왔다 싶은 놈이 한 순간에 망해버린 이 사건의 충격이 크다. 현재 한화의 뎁스 수준 상 올해 안에는 기대하기 어렵겠지만 얼른 최진행을 이겨낼 다른 선수들이 나왔으면 좋겠다. 그래서 그냥 안 보였으면 좋겠다. 나와서 잘 하는 모습도, 나와서 못 하는 모습도 보고 싶지 않다. 어제는 핑계 김에 술을 마셨다. 오늘도 그러지는 않겠지만, 그만큼 정나미가 떨어지는 사건이었다. 진갑용, 김재환, 이용찬 등 KBO 판에서 약 빨았던 다른 선수들이 받는 대접을 보면 이 판에서 최진행의 커리어가 굳이 부정될 것 같지는 않지만, 이전에 보냈던 응원의 격렬함만큼, 바로 딱 그만큼, 그에게 무관심하려 노력할 것이다.


이렇든 저렇든 이글스의 야구는 비가 오지 않는다면 오늘도 계속될 것이고, 나는 그들이 이기길 바란다. 쉽지 않은 SK와의 3연전이 될 테지만, 그래도 가능한 한 많이 이기길 바란다.

by YNWAlone | 2015/06/26 10:11 | Eagles | 트랙백 | 덧글(9)

미래가 밝다는 게 큰 변화가 아닐까

감독은 건강이 허락하는 순간까지 현장에 있으려 할 것이다. (위작논란이 있긴 하지만) 제갈량의 후출사표 한 구절처럼 죽은 이후에야 그친다는 각오로 일하는 것이 누구의 눈에도 확인되기 때문에, 김응룡 시기처럼 감독의 태업은 별로 가능성이 없는 가정이다. 그러나 그에게도 계약기간이라는 것이 있다. 그런데 참 이 계약기간이라는 게 절묘하다. 한화 구단은 김성근 감독에게 세 시즌을 맡겼다. 세 시즌, 짧다면 짧은 기간이다. 최소한 길다고는 하기 힘든 기간이다. 하지만 팀을 만드는 데에는 나쁘지 않은 시간이기도 하다.


앞서 절묘하다고 말한 이유는 김성근 감독의 계약기간이 끝나는 그 해가 바로 2014시즌을 앞두고 영입한 FA 선수들의 계약도 만료되는 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즉, 한화 구단은 2017년에 김성근 감독의 계약만료와 더불어 이용규, 정근우의 FA 계약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2015년 6월인 현 시점에서 내다보기에는 먼 미래이긴 하지만, 한화 이글스는 2017년을 매우 중요한 한 해로 볼 것이다. 이용규와 정근우가 그 때를 앞두고 FA로이드를 쫙쫙 빨아먹을지 어떨지는 모르겠다. 이용규는 한국 나이로 33살, 정근우는 36살이 될 때이기 때문에 둘의 입장이 같지는 않을 것 같다. 나는 이 둘이 한화에서 은퇴하는 것까지도 바라지만, 2차 FA 자격이 주어졌을 때 한화와 순순히 재계약을 할지 어떨지는 지금으로서는 잘 모르겠다. 앞으로 30개월간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것이니 이에 대한 예측은 굳이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2017시즌의 그들은 동기부여가 더 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야수진을 개괄해보면 조인성, 권용관, 고동진 등이 그 때까지 뛸 가능성은 거의 없고, 한상훈도 아마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2017년이면 한국나이로 36살이 될 김태균, 정근우, 김경언은 베테랑보다는 노장 소리가 더 어울릴 나이다. 그런데 한화는 암흑기의 원인이자 결과로서 86~89년생 선수층이 극히 얇다. 이 나이대에서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선수는 너무 큰 성공을 거둔 나머지 지금 미국에 있다. 그러다보니 현재 전력을 구성하고 있는 선수들 중 83~85년생인 최진행, 송광민, 허도환, 김회성, 김태완, 이성열 등은 2017년에 33~35살로서 전성기의 끝물에 있을 시기가 된다. 아직 기량이 떨어지지는 않았지만, 몇 년 안에 떨어질 수도 있는 나이에 진입하게 되는 것이다. (다행히 FA로 인한 이탈을 걱정하지는 않아도 될 것 같다.)


그런데 이들의 부담을 대체할 선수들이 지금 자라고 있다. 강경학은 군필 선수로 올 시즌 1군에서 단 한 번도 엔트리 제외가 없었다. 아마 2017년에는 정근우의 자리를 노리거나 지금보다는 안정적인 유격수가 되어 있을 것이다. 정근우의 부진을 감안하고 보더라도 현재 모든 타격지표에서 강경학은 정근우와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다. 타순에 관한 전통적인 관점으로 보면 2번이나 9번에 안착하면서 팀의 활로를 뚫어줄 수 있는 선수일 것이다. 수비력 하나는 인정해 줄만한 하주석도 올해 군복무를 마치고 내년부터 돌아온다. 나는 장기적으로 하주석-강경학 키스톤을 기대하는데, 현재 퓨처스 리그에서 보이고 있는 모습을 조금이라도 이어갈 수 있다면 내년부터는 팀 전력으로 간주해도 무방할 것이다. 비록 2군 성적이지만, 타율-출루율-장타율-OPS 순으로 0.360-0.432-0.547-0.979를 찍고 있는 선수에게 냉담하기도 어려울 테니까 말이다. 내년을 1군 적응기로 보고 스프링 캠프에서 수비력과 컨택 능력을 가다듬는다면 내후년 주전까지도 기대해 볼만 하다. 3루에는 신성현이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데다가, 당장 2017년에 주전 자리가 불투명할 포지션도 아니다. 김회성과 송광민도 뛸 수 있을 시기고, 신성현의 성장세가 이어진다면 최소한 자리가 모자랄 가능성은 없다. 게다가 김태균 체력도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송광민-김회성-신성현이 자리를 못 잡을 것 같지는 않다. 주현상은 이 때쯤 군대에 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87년생인 정범모와 84년생인 허도환이 있는 포수진은 1군에서 하위권일지언정 팀에 큰 피해는 끼치지 않을 정도는 되어주지 않을까 장밋빛으로 전망할 수는 있다. 박노민과 이희근이 전력으로 들어올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커보이지 않는데, 지성준도 군 문제를 해결해야 하니 이 때에도 포수 문제는 갑갑할지도 모르겠다. 앞으로 2년간 정범모와 허도환이 성장하는 속도에 따라서 갑갑한 정도를 줄여줄 수는 있겠지만 말이다.


외야는 문제다. 기대감을 갖게 할 유망주가 있었다면 이미 진작에 콜업되었을 것이다. 장운호, 채기영, 황선일 등이 1군 무대를 밟았지만 그 누구도 멘도사 라인인 송주호를 넘지 못했다. 2017년의 송주호에게 2할 5푼을 기대하는 것도 버거운 마당이기 때문에 FA로이드 빨아줄 이용규를 믿고 외야수 외국인 타자를 영입한 다음 한 자리를 어떻게든 돌려쓰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송주호를 밀어내지 못하는 현재 2군 상태를 감안해 보면 중견수도 코너외야수도 다 1군감이 안 보인다. 그러나 최소한 2017년까지는 큰 문제를 드러내지 않을 수는 있다. FA로이드 빨고 뛸 이용규는 어쨌든 한화의 외야 문제를 늦춰줄 선수이긴 하기 때문이다.


투수 쪽은 이런저런 미지수가 많아서 함부로 단언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간 감독의 경력을 살펴볼 때 투수 쪽에서는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을 거라고 믿어줄 수 있다. 현 전력을 기준으로 보면 박정진이 그 때에도 제 기량을 보여줄 가능성이 커보이지는 않는다. 배영수도 쉽지는 않을 것이며, 권혁도 장담은 못하겠다. 송은범이 어차피 지금보다 나빠질 수는 없으니까 손익 제로로 봐도 될 것이다. 안영명, 송창식, 윤규진은 퍼지지 않는다면 주요 전력일 것이고 최소한 뭔가라도 역할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기현, 임준섭, 송창현은 군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에 2017년에 보기 어려울 것 같고, 이동걸은 40인 명단에서 풀릴 수도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주요 전력이 되기에는 나이도 있는 편이다. 정대훈도 은근히 나이가 있는데, 기량이 문제라면 몰라도 노쇠화를 염려할 정도는 아닐 것이다.


그런데 플러스로 들어올 선수들도 꽤 있다. 어떤 상태로 돌아올지는 모르지만 일단 안승민과 김혁민이 추가될 것이고, 김민우는 내년에 선발 기회를 줄 거라고 감독이 몇 차례 언급한 만큼 다음 시즌이 시험대가 될 것이다. 그 시험대를 무사히 통과한다면 그 자체로 플러스인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박한길도 몇 번 이야기가 나온 선수고, 올 시즌 초에는 실패했지만 장민재도 기회를 받기는 할 것이다. 큰 기대를 걸기는 어렵겠지만 구본범도 1군에 콜업되었던 만큼 기회가 없지는 않을 것이며, 그 외에도 1년 반동안 긁어볼 만한 선수들은 다 긁어보면서 선수진 파악을 단단히 해놓은 상태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외국인 투수만 잘 뽑아온다면 선발 세 명은 꾸려볼 여지가 있고, 지금껏 감독이 불펜에서 선수들 자리잡게 하는 속도를 보면 2년을 거치면서 완성도가 떨어질 것 같지는 않다.


2017년에 우승할 거라고 단언하듯 예상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지금보다 훨씬 할 만한 팀이 꾸려질 거라는 생각이 흔들릴 것 같지도 않다. 시즌을 거치며 전력이 상승하고 있다는 느낌을 계속해서 받고 있고, 이는 몇 가지 단편적인 지표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한화는 분명 시즌 초에 득점과 실점이 9위였다. 승패를 5할 언저리로 맞춰가며 잘 꾸린 힘으로 순위는 그보다 높았지만 득점과 실점만 놓고 봤을 때에는 kt 다음이었던 팀이다. 지금은 득점 6위, 타율 7위, OPS 6위로 공격력은 대충 6위권 전력을 형성하고 있으며 경기당 실점 7위, 피홈런 공동 5위, 피OPS는 공동 4위로 중위권에 명함을 내밀 만한 투수진을 갖추고 있다. 시즌 초반에는 감독의 운영능력과 행운으로 실제전력보다 조금 더 많은 승수를 챙겼는데, 이제는 팀 전력 자체가 초반보다 올라온 듯한 모습이다. 특히 OPS 6위-피OPS 4위는 예사롭게 볼 성적표가 아니다. 현재까지 롯데와 SK처럼 투타 불균형이 극심한 팀보다는 양 편에서 안정적인 팀의 승패마진이 더 높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되기까지는 첫 두 달간 불펜의 안정화를 이뤄내고, 그 다음부터는 선발진 안정화를 조금씩 이뤄가고 있는 감독의 역량이 크게 작용했다. 물론 이 힘든 과정을 따라온 선수단의 공로이기도 하다.


그리고 더 중요하게는 없던 미래가 생겨나고 있다. 이제 한화 팬들 사이에는 20인외 선수가 아까워서 FA 영입을 그만해야 한다는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FA로 정근우를 영입할 때 어차피 한화에서는 보상선수로 데려갈 선수 없으니까 돈으로 달라던 SK의 태도를 생각해보면 그야말로 상전벽해 수준이다. 물론 과장 섞인 반응이겠지만, 한화 선수단은 뎁스를 갖춰가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나는 언제나 선수단은 포지션 당 세 명의 1군급 선수가 경쟁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왔다. 즉 1. 전성기를 맞고 있는 주전-2. 커리어가 좋고 나이가 있는 백업-3. 유망주 백업이 서로 경쟁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암흑기의 비싼 대가겠지만, 한화는 1-2-3을 모두 갖춘 포지션이 없다. 감독은 이 문제를 적잖은 선수들의 멀티 포지션화로 대처하고 있다. 지금껏 20이닝 이상 수비를 뛴 선수는 총 21명인데, 그 중 7명을 제외한 14명이 두 개 이상의 포지션을 소화했으며, 세 포지션 이상을 소화한 선수도 7명이나 된다. 한 포지션을 소화한 7명의 선수 중에서 포수가 3명이고, 이미 팀에서 방출된 모건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사실상 페어 지역 내에 있는 야수들은 모두 멀티 포지션을 요구받고 있는 셈이다(한 포지션에서 뛴 다른 선수들은 김태균, 최진행, 폭스다. 수비부담을 줄여줘야 할 앞의 두 명은 한 포지션에 고정될 확률이 높으며, 폭스는 아마 부상 복귀 이후에는 멀티 포지션을 소화하게 될 것 같다). 그래서 다분히 인위적인 경쟁구도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래서인지 수비에 특화되어야 할 필요가 있는 포지션인 유격수와 포수를 제외한 전 포지션에 6명 이상의 선수들이 기용되었다. 보다 나은 선수단이 구성된다면 이 과정이 조금 줄어들기는 하겠지만, 어떻게든 새로 올라올 선수들도 자기 자리를 만들어줘야 성장한다는 감독의 성향이 야수 운용에서도 드러나는 것이다.


감독에게 주어진 3년의 시간이 어떤 결말로 이어질지는 아직 모른다. 그럼에도 현 감독은 부임 후 7개월만에 지금보다 더 밝은 미래를 꿈꿀 근거를 팬들에게 제공했다. 나는 올해 최대한 높은 순위로 마무리되길 바란다. 감독의 지론이기도 하고 나 역시 축구를 좋아하던 시절부터 동의해왔던 것이지만, 선수는 자기가 뛰는 무대의 크기만큼 성장할 수 있다. 더 큰 무대에서, 더 중요한 상황에서 제 몫 이상을 이뤄내면 선수들은 몇 단계를 뛰어넘고 성장한다. 내 머리에는 넥센 선수들이 포스트 시즌에 뛰던 열정적인 모습이 아직도 강렬하게 남아 있다. 그리고 5~6년 전 두산 선수들이 그랬다. 류현진과 같은 예외적인 재능을 제외하고 본다면 대부분의 선수들은 이미 국내에서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선수들이고, 기량차가 심하게 벌어지지 않은 채로 프로에 들어왔다. 프로에서 이들의 성장곡선이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구단의 정책과도 밀접하게 관련이 있겠지만, 스스로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계기를 얼마나 적합하게 부여받느냐와도 관련되어 있다. 김성근 감독은 기술적인 지도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는 지도자이지만 이런 '육성'에서도 충분히 검증된 인물이다. 그리고 부임 후 7개월간의 행보를 통해서 나처럼 의심 많던 팬에게도 결국 이런저런 선수들은 감독이 자리를 잘 찾아주겠거니 하는 믿음을 주고 있다. 난 이 감독이 이끄는 한화 이글스의 3년차가 지금부터 궁금하다. 그 사이 부디 건강하시길.

by YNWAlone | 2015/06/12 06:40 | Eagles | 트랙백 | 핑백(1) | 덧글(6)

한 포지션만 갈아끼울 수 있다면..

어느 팀이든 라인업에 이름 올릴 10명이 모두 완벽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들 어느 포지션에서는 누군가를 키우고 있고, 성장통 탓에 괴로워한다. 그 와중에 부상자까지 끼어있다면 팬들이 생각하는 환상의 라인업은 현실과 그만큼 거리가 멀게 될 것이다. 부상이 없고 몸상태가 다들 좋다면 한화는 왼쪽부터 외야는 폭스-이용규-김경언이, 내야는 송광민-한상훈-정근우-김태균이, 포수는 의문의 여지는 있겠지만 아마도 조인성이 볼 것이다. 하지만 오늘 선발 라인업은 최진행-정근우-송주호/주현상-권용관-강경학-김회성/조인성이었다. 그러니 내가 상상하는 환상의 선발명단과 비교했을 때 현실에서는 조인성 빼고 아무도 없었다.


이글스는 어디에다가 레전드로 내세울 키스톤 콤비가 없다. 유격수 포지션에서는 아무리 살펴봐도 전성기를 다른 팀에서 보내고 온 민재옹 이상의 선수가 없었던 것 같고, 2루수는 솔직히 말해 딱히 생각나지 않는다. 코너 내야의 계보는 그다지 꿀릴 게 없고, 외야 역시 암흑기 좀 거쳤다 뿐이지 그렇게 우울할 거리가 없는데 유독 키스톤 콤비만큼은 면목이 서질 않는다. 포수는 유승안-김상국-조경택/강인권-신경현 쯤으로 계보가 만들어질 것 같은데, 그나마 내세워볼 만한 유승안조차도 당대 포지션 원탑이라고는 죽었다 깨어나도 말할 수 없는 까닭에(이만수 때문에), 그다지 유쾌한 계보는 아니다. 게다가 지금은 멸망하다시피 한 포지션이다.


그러다보니 다른 팀과 하는 경기를 보다 보면 키스톤과 포수들에 주목해서 보는 편이다. 2루수에는 그래도 정근우가 있고, 장기적으로 강경학이 얼마나 성공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응원해주고 싶은 선수라서 큰 불만은 없다. 유격수는 한상훈이 주전이어도 다른 팀이 부러울 판에 뛰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권용관이 주전을 봐야 할 상황이라 아무래도 부러운 선수들이 많은 편이다. 만일 권용관이 김하성, 김상수, 오지환 같은 선수로 바뀐다면, 분명 이 팀의 수준이 올라갈 것이다. 그래도 하주석이 제대하고 겨울에 같이 구르다보면 좀 쓸만하게 견적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마지막 기대감은 있다. 아무리 1픽 잔혹사가 있다 하더라도, 내야 굴려서 사람 만드는 데에는 일가견이 있는 감독이니 그래도 허튼 기대는 아닐 것이다. 당장 하주석이 수퍼 히어로가 되리라는 기대는 할 수 없겠지만, 올해 강경학처럼 1군이랑 붙어다니며 교체로도 자주 들락거릴 재능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터진다고 가정하면 내년보다는 내후년에 터질 가능성이 더 크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포수는 정말이지 자신있게 10개구단 중 제일 약하다고 말할 수 있다. 불분명한 투수 리드나 볼배합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난 여기에 대해서만큼은 이만수 말이 맞다고 생각한다. 투수 리드니 볼배합이니 하는 얘기는 집어치우고 블로킹 잘 하고, 도루 잘 잡고, 방망이 잘 돌리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감독으로서의 이만수는 그다지 신뢰도가 높지 않지만, 포수로서의 이만수는 확실하다. 어쨌든 그는 프로야구 초창기부터 1990년 안팎까지 최고의 포수였다.


한화 이글스의 포수 3인방은 리그에서 가장 뒤떨어지는 축에 속한다. 정범모가 삽들면 조인성을 찾고, 조인성이 삽들면 허도환을 찾고, 허도환이 삽들면 정범모를 찾는 메아리의 꽁무니쫓기가 이어질 뿐, 누구 하나 제대로 된 믿음을 주지 못한다. 아무래도 선수단 구성 상 베테랑 백업-주전-유망주 백업 이렇게 세 명을 갖추고 백업을 엔트리 상황에 따라 오르내리도록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텐데, 한화 포수진은 그런 사치를 부릴 여유가 없다. 베테랑 조인성이 그나마 주전으로 가장 쓸만한데 경기 중에도 오락가락하고, 주전으로 뛰어줘야 할 포수 정범모는 주전급 기량이라는 믿음을 주지 못하고, 백업으로서 자리를 메워줘야 할 포수인 허도환은 지금이 전성기 나이다. 앞서 말한 밸런스를 가장 이상적으로 맞추고 있는 팀은 아마 삼성일 것 같고, 1주전-1백업 개념으로 선수단을 운영하는 팀이 다수이기 때문에 여기에 견줘보더라도 한화는 뒤쳐진다. 아마 제대로 된 한 명 키우기가 가장 어려운 포지션이다보니, 암흑기의 대가가 그대로 드러나는 것 같다.


당연히 강민호, 양의지 같은 선수들이 한화 선수단에 들어온다면 오시는 그 길에 꽃잎을 뿌려드리겠지만, 아무래도 별 가능성이 없는 얘기다. 단지 그런 선수들을 뽑아서 키워내지 못한 팀의 역량을 안타까워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현행 선수단에서 한 명을 바꿔넣는다면 가장 전력 향상을 기대할 수 있는 자리가 바로 포수일 것이다. 3루수는 송광민/김회성이 자뻑으로라도 최정상급이라고 말할 수 없지만, 그래도 그냥 내 팀 선수 아껴가며 봐줄 정도는 충분히 된다. 유격수 자리에 강정호를 끼워넣는다면야 얘기가 다르겠지만, 지금 KBO 안에 있는 선수들로 한정하자면 그냥 권용관/한상훈/강경학 돌려가며 1년 버티고 하주석을 대형 유격수로 키울 생각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싶다. 물론 뭐 김상수, 오지환, 김하성 이런 선수들이 한화 올 수만 있다면야 그저 감사할 일이지만, 포수처럼 향후 몇 년간 답이 안 보이는 포지션 같지는 않다는 의미다. 2루수 정근우야 뭐 요즘은 백업모드지만 크보 올타임 넘버원을 다투는 2루수니까 말할 필요도 없고, 1루수는 테임즈가 어쩌네 저쩌네 해도 현 주전이 김태균이라 장사 안 하는 게 맞다.


포수라면야 역시 강민호, 양의지가 눈에 띄고, 박동원, 장성우라면 hot prospect 단계는 뛰어넘은 선수일 것이다. 편견인지는 몰라도 정상호는 경기 중에 다소 오락가락하는 면이 있어 보여서 골든글러브를 다투려면 방망이로 승부를 봐야 할 선수 같아보인다. FA로 풀릴 수도 있겠지만, 여간해서는 SK가 잡을 것 같긴 하다. (아 물론 오시기만 해주신다면야.) NC 주전인 김태군은 분명 좋은 포수인데, 군대도 다녀와야 하고 방망이는 한화 상대로만 잘 휘두르는 것 같다. 이지영도 한화에 있는 세 명 보다는 좋은 포수고 화면으로 봤을 때에는 공을 참 안정감있게 잡는다는 인상을 받았다. 방망이도 식물은 아닌 것 같고. 최경철은 말이 필요없는 좋은 포수인데, 나이도 나이고 방망이도 한화 상대로 폭발한 것에 비하면 나머지 구단 상대로는 우울한 것 같다. 최경철한테 당해봐서 그 무서움이야 잘 아는데, 어차피 엘지 팬들한테 사랑받다가 은퇴하는 것이 가장 나아 보인다. 기아에도 차일목-이홍구-이성우 라인이 그럭저럭 갖춰져 있는데, 이홍구가 워낙 상승세라서 한동안 기아 팬들은 포수 걱정보다는 교통정리를 걱정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다른 팀 포수들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이리저리 짚어보는 이유가, 아무리 곱씹어 봐도 지금 포수만큼 현재도 미래도 없는 포지션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지성준을 만들어 키운다 한들 1군에서 자리잡기까지 몇 년이 걸릴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렇게 포수들을 뽑았는데도 FA 데려오면서 몇 명 주다보니 유망주 풀도 내세울 게 없어진 상황이라 더 그렇다. 현재 한화 포수 중 OPS가 가장 좋은 선수가 조인성인데, 0.6 언저리라는 걸 생각해보면 다른 팀의 포수들과 격차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기아 팬들에게 먼지나도록 털리는 것 같은 이성우보다도 낮은 OPS가 팀내 1위니까.. 뭐 의외로 이지영이 조인성보다 OPS가 더 낮긴 한데, 장타가 워낙 안 돼서 그런 거지 출루율이나 타율 보면 밥값은 곧잘 하고 볼삼비는 조인성이랑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월등하다. 정범모와 허도환의 OPS는 0.4xx니까 그냥 올해 포수 포지션에서 방망이는 없는 셈 쳐야 할 정도다.


한 명은 유례없이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고, 다른 한 명은 부상 여파도 있었고, 마지막 한 명은 트레이드 이후의 성적이라는 나름의 변명거리들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답이 없는 걸 있다고 말할 수준까지는 못 된다. 포수들의 볼배합이니 뭐 이런 건 진짜 모르겠다. 나는 단순하니까 공을 잘 잡든가 주자를 잘 잡든가 아니면 방망이로 보여주든가 해야 하는데, 지금껏 포수들 중에서 유승안 정도를 빼면 어디다 최고라고 호기를 부려볼 만한 선수가 없었던 게 사실이다. 김상국은 뭐 내가 기억하는 최고 수준의 포수였는데, 남들이 그리 알아주지는 않으니 내가 모르는 뭔가 문제가 있었나보다. 신경현은 물론 좋아하는 선수이긴 했지만 최고 레벨이라고 생각했던 적은 없다. 그런데 이 형이 은퇴한 뒤에 이어지는 상황을 보니 비록 리그 최고 수준은 아니었을지언정 확실히 좋은 포수였다는 걸 새삼 느낀다.


이글스를 통틀어서 역대 최고의 포수라고 해도, 리그 최정상급과는 항상 일정한 거리감이 있었다. 내가 은연중에 좋은 포수를 보며 부러워하는 마음을 갖는 이유는 비단 당장의 전력 향상효과를 기대하는 것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올타임 넘버 원의 수준을 올리고 싶은 마음도 조금은 섞여있는 것 같다.

by YNWAlone | 2015/05/31 02:54 | Eagles | 트랙백 | 덧글(2)

야구 선수들은 사과를 할 줄 모르나?

신명철의 '사과'를 볼 때도 느꼈던 거지만, 시끄러운 글 쓰고 싶지 않아서 그냥 넘어갔다. 전에도 쓴 적 있지만, 나는 야구선수들에게 아주 높은 수준의 인격을 기대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개차반 양아치로 스스로를 격하할 이유도 없다.


신명철의 '사과'는 “먼저 욕한 것은 백 번 잘못한 행동이다” 라는 말로 시작되어 “우리 선수들이 근성이 부족하다. 독기를 가지라는 뜻에서 그런 행동을 했다. 다음에도 그런 상황이 생긴다면 먼저 나설 것이다. 오늘 팀 미팅에서도 꼭 이기자고 이야기했다” 로 마무리된다. 명백히, 신명철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 그 다음에는 잘못된 행위에 대해서 해명하고 있다. 나는 지난 '불문율' 글에서도 썼듯, 신명철이 kt 주장으로서 필요 이상의 대응이라 하더라도 팀원 내부를 결집시키려는 의도였다면 이해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잘못이 잘못이 아닌 것은 아니다. 이해할 수 있는 일과 잘한 일은 엄연히 다르다. 욕설을 '항의'와 눙칠 것이 아니다. 필요가 있다면 항의해라. 다만 항의하는 선수들이라고 다 신명철처럼 카메라 앞에서 욕지거리를 하지는 않는다. '항의'가 곧 욕설로 이어진다는 정신세계 속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애초에 잘못은 왜 인정했나?


그리고 잘못을 인정했거든, 잘못의 대상이 된 쪽에 사과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신명철은 사과를 하지 않았다. 강경학이든 한화 벤치였든, 그 쪽에 죄송하다고 하는 것이 먼저다. 거듭 말하지만 이는 항의를 굽히지 않는 것과 별개다. 한화 벤치에 화가 난 것까지도 백번 양보해서 이해할 수 있다. 4월 10일에 김태균과 최준석은 최소한 카메라에 욕하는 장면이 잡히지는 않았다. 그러나 항의 과정에서 본인도 인정할 만한 잘못된 행위가 개입되었다면, 그 행위의 대상이 된 쪽을 명시해서 사과해야 하는 게 맞다. 승부욕 같은 길거리 거지같은 소리를 할 게 아니라, "백 번 잘못"한 행위로 정신적 피해를 받은 쪽에 사과해야 하는 것이 정의다.


오늘 민병헌의 '사과'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기사에 나온 대로라면 민병헌은 구단을 통해 “사실 어제 벤치 클리어링 이후 심판들이 더그아웃에 와서 공을 던진 선수가 누구인지 물었을 때 손을 들었지만 장민석 형이 먼저 나서서 퇴장 명령을 받고 나갔다. 경기가 끝나고 숙소 와서 나의 잘못된 행동으로 동료가 피해를 보는 것이 미안하고 괴로웠다. 야구 선수로서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했다. 진심으로 반성하고 뉘우치고 있다. 프로야구를 사랑하는 팬들에게 죄송하다.” 라고 말했다고 한다.


민병헌이 잘못한 '행위'는 무엇인가? 해커가 있던 쪽으로(아마 공의 진행방향 상 해커를 겨냥했다고 쓴다 한들 무리는 없을 것이다) 야구공을 던진 것이다. 민병헌은 이에 대해서는 '함구'한다. 민병헌이 사과하는 내용은 두 가지다. 야구 선수로서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했다는 것과 자신이 아닌 다른 동료가 피해를 보았다는 것이다. 야구 선수로서 해서는 안 될 행동은 아마 해커 쪽으로 공을 던진 행동일 것이다. 그런데 사과는 "프로야구를 사랑하는 팬들"에게 하고 있다.


민병헌의 행위에 기초해서 볼 때, 프로야구를 사랑하는 팬들에게 해야 할 사과는 네 번째 쯤 나와야 맞다. 무엇보다도 먼저 해커에게 사과해야 한다. 벤치 클리어링이라는 (내키지는 않지만 야구 내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폭력에 대해 사과할 필요는 없겠지만, 선수를 향해 야구공을 던진 것은 벤치 클리어링이라는 상황과 맥락 하에서도 인정받을 수 없는 행위다. 그걸 알기 때문에 본인도 '야구 선수로서 해서는 안 될 행동'이라고 인정한 것이다. 그렇다면 그 행위의 대상에 1차적으로 사과가 이뤄져야 한다. 그 다음에야 대신 퇴장당한 장민석에 대해서 본인이 느낄 미안함이 표현될 여지와 가치가 생긴다.


신명철과 민병헌의 공통점은, 상대 구단에 대한 사과는 입 밖에 내지 않으려 '애쓴다'는 것이다. 승패가 갈리는 현장에서 20년 언저리 살아왔으니, 이를 인정하는 것이 곧 지는 것으로 이해되는 모양이다. 얼마간 이해할 수는 있는 정서지만, 바람직하다며 박수쳐줄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는다. 신명철과 민병헌 모두, 상대 구단의 선수(내지는 대상)에게 사과하는 것이 먼저여야 했다. 심지어 민병헌의 '고백'에 따르자면, 민병헌은 장민석과 프로야구 팬들에게만 사과한 것이다. 민병헌이 인정하는 '잘못'은 1) 다른 선수가 대신 퇴장당하는 걸 막지 못했고 2) 이런 장면이 야구를 사랑하는 팬들에게 노출되었다는 것이다. 이를 뒤집어서 보면 남들 안 보는 데에서는 10년 이상 야구공을 만진 사람이 사람을 겨냥해서 던져도 된다는 얘기까지 된다. 비록 민병헌의 실제 의도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구단 관계자를 통해 나온 말을 논리적으로 따져보면 그렇다는 말이다.


내가 내린 결론은, 최소한 앞선 두 명은 사과할 줄 모른다는 것이다. 그리고 신명철이 20년 이상 야구판에 있었다는 것까지 감안했을 때 (한화 선수들까지 포함해서) 야구 선수들의 '상식'은 일반적인 정의관과는 꽤나 다를 수 있겠다고 생각된다. 좋다, 거기까지도 인정할 수 있다. 하지만 야구 경기를 현장에서 야구하는 사람들끼리 오가는 시합으로만 본다면 이미 프로가 아니다. 거칠게 말하자면 그네들의 상식을 보편적인 시선으로 검증당하는 대가로 그들은 동 나이대 정규직 신입사원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번다. 프로 스포츠는 자기들끼리 하는 경기에 그치지 않고, '자기들끼리 하는 경기'를 공개해서 표를 팔고 중계권을 팔고 광고를 팔아서 돈을 만들어낸다. 그렇다면 '현장의 논리'를 무한정으로 일관되게 관철하려고 들어서는 안 된다.


자신의 행위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정했다면, 행위의 대상에게 잘못을 가했다는 것도 인정해야 하고, 자연히 그 대상에게도 사과해야 한다. 이게 그렇게 이해하기 어려운가, 아니면 그대로 실행하기 어려운가? 이제는 안타까울 지경이다.



덧) kt 덕아웃에서 방망이는 누가 투척한 건가?

by YNWAlone | 2015/05/28 14:56 | Eagles | 트랙백 | 덧글(1)

불문율 가지고 싸우는 건 어차피 답이 없다

선수들 사이의 일은 생각만큼 오래가지도 않고, 생각만큼 심각하지도 않다. 그냥 1년 지나면 에피소드처럼 술자리 안주에서나 나올 뿐이다.


강경학 도루에 화가 났든, 김민우, 윤규진 등판에 화가 났든, 그냥 오늘로 끝내야 할 일이다. 정 빡치면 내일 어디 몸쪽에 하나 붙이고 퇴장당하든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불문율' 어겼다고 게거품 물고 머리에 공 던져서 부상시키면 그게 더 나쁜 짓이고.


그리고 경학아, 잘했어. 괜찮아. 나중에 잘 된 애들 어렸을 땐 다 싸가지없단 소리 들으면서 컸어. 9회에 도루해도 되고, 치고 나가지 못했다고 성질내도 돼. 우리한테는 그런 아이들이 필요했으니까. 꼴찌 오래 하던 팀이야. 그렇게 해서라도 악착같은 모습 보이는 거 좋은 거야. 앞으로는 때려서 나가고 2루 훔치지 말고 그냥 걸어서 들어가렴. 아예 한 바퀴 돌면 더 좋고.


신명철이고 박경수고 다 이해한다. 힘들 땐 어그로 끌어서 내부 단합시키는 것도 나쁘지 않다. 좀더 명분이 서는 일을 물고 늘어졌다면 더 좋았겠지만.. 그런 걸 보면 4월 12일 이후에 한화가 털리는 거 보면서 배운 게 없었나 보다. 그런데 샹 인간적으로 빠던은 타석에서 해야지 덕아웃에서 하면 쓰겠냐.


그리고 한화 선수들은 잘 참았다. 방망이 날아오는 거 보면서 흥분했을 법도 했는데, 곳간에서 인심 난다고 이기고 나니 마음에 여유가 있었나보다. 뭐 한화 쪽에서도 원인제공한 측면이 있는데, 그라운드에 방망이 날아오는 것 역시 선수들 입장에서는 충분히 흥분할 법한 거리였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굳이 잘 참았다고 덧붙인 것이다. 그냥 야구로 이기면 된다.


3연승인데 괜히 찝찝한 에피소드가 하나 남았다. 윤규진이 복귀 기념 2루타 시구한 거 봐선 또 뜬금없이 맥락없이 불 지르며 막는 모습을 조만간 보게 되는 건 아닐지 걱정되어 살짝 살떨리기도 하는데, 그래도 부담없는 상황에 민우랑 규진이 나와서 어쨌든 이기는 경기 이기는 걸로 마무리했으니 그걸로 충분하다. 그래, 이렇게 이기는 거다. 2연패 뒤 승률 100%인 팀이지만 역으로 3연승 뒤 승률 0%인 팀이기도 한데, 내일 이겨서 4연승하면 분위기 좋게 대전으로 돌아가고 주중 만원 관중 앞에서 기아 상대로 좋은 경기 펼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최근 몇 년간 두 팀 성적이 안 좋긴 하지만, 그래도 예로부터 독수리랑 호랑이가 붙는 싸움이 진짜라고 했다. 꼭 연고전 두고 하는 말은 아니다.

by YNWAlone | 2015/05/23 23:19 | Eagles | 트랙백 | 덧글(11)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